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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얼굴들로 보는 세월 (7) 율 브린너 [0]

김홍우(khw***) 2017-11-07 12: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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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얼굴들로 보는 세월 (7)

 

빡빡머리 율 브린너

 

브린너의 영화를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어렸을 적 1960년대 중반 제 나이 10살 즈음에 그 이름을 처음 들었는데 골목 안 아이들의 입으로 불리어지던 이른 바 골목 노래를 통하여서입니다. 당시에 터키 민요 우스크다라를 개사한 노래가 유행을 하였고 저도 부지런히 따라 불렀는데 거기에 율 브린너 이름이 등장을 하였던 것이지요. 가사는 그저 마구잡이로 붙여진 험한 모양이었는데두드리면~ 목탁소리 나는~ 율 브린너 00~”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이어지는 가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생각나지 않고.. 초등학생 시절에 친구들과 놀면서 떠들면서 골목을 휘젓고 시시덕대면서 많이 불렀습니다. 이제는 벌써 50여 년 전.. 그때가 그리워지고 그때의 얼굴들이 너무나도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가는군요..

 

영화배우 율 브린너를 영화관 스크린에서 처음 본 것은 하왕십리 배명중고등 학교 맞은편에 있었던 동시 상영관 광무극장에서였습니다. 툭 하면 재상영을 거듭하였던 서부 영화 건 파이터의 초대에서이지요 골목길 담벼락에, 싸전 미닫이문에, 두꺼비 만화가게 입구 벽에 그리고 나무 전봇대 중간쯤마다에 풀칠을 대충하고는 덕지덕지 붙여놓았던 영화광고 포스터에서 시커먼 옷과 서부 모자를 쓴 브린너가 그 부리부리한 눈을 번뜩이며 권총을 빼들고 있었던 모습으로입니다.

 

당시에 1015원 정도 하던 입장료를 겨우겨우 마련하여 친구들과 보았는데 다른 장면들은 하나도 생각나는 것이 없고 영화 초반 즈음에 총잡이 한 사람이 마을에 들어와 마차에서 내렸다가 브린너를 보고는 황급히 다시 마차에 올라타면서 꽁무니를 빼던 장면만 오래 오래 기억하였습니다. 총잡이의 우스꽝스러운 얼굴모양과 그를 상대하여 어두운 가운데서도 빛을 뿜어냈던 브린너의 두 눈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지요. 훗날에 비디오를 통하여 다시 보곤 하였는데 역시 재미있는 장면입니다.

 

브린너는 3살 즈음 어렸을 적에 부모가 이혼하여 아버지를 따라 만주, 조선, 일본 등에서도 잠시 살아본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그는 혈통적으로도 러시아, 몽골, 프랑스 심지어는 로마인의 피도 섞여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떤 자리에서는 본인 스스로가 나는 스위스인의 피와 일본인가 반반씩 섞여있다라는 말도 했다고 하니 아마도 그의 복잡한 혈통을 묻는 짓궂은 이들에 대한 농담이었을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다혈통 덕분(!)이었을 까요. 그의 외모는 동 서양인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잘 어울렸습니다. 또 눈길이 가는 것은 그의 아버지가 제정 러시아 시대 때부터 조선 재목 벌채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나라 북녘 땅에서 어린 시절을 지낸 적도 있다고 하니 그때 우리나라 백두산과 압록강의 정기를 접했다면 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선의 냄새만큼은 그의 몸에 배어있지 않았었겠는가 하고 엉뚱한 생각도 하여 봅니다. 허허.

 

그는 영화배우 이전에 이미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서의 대 히트작 왕과 나의 주연배우로 유명인이었기에 그것이 계기가 되어 영화 왕과 나에 역시 주인공으로 캐스팅 됩니다. ‘왕과 나는 그의 두 번째 영화 출연작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실질적 데뷔작이며 또 출세작이 되었는데 여우 드보라 커와 호흡을 맞추며 보여준 호연으로 단숨에 허리우드 스타자리를 꿰어 찼는데 아마도 극중 주인공 배우로서는 거의 처음 보여주었던 그 빡빡머리의 강렬함이 크게 일조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합니다. 1957년 즈음에 왕과 나가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이어 십계’ ‘여로’ ‘황야의 7’ ‘대장 부리바등이 소개되면서 그의 이름이 상기한 골목 노래가사에 삽입되어 불러졌던 것인데 뭐..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요.

 

그 영화들 중에서 대장 부리바가 재수입되어 상영 하던 때에 신당동 동화극장에서 보았습니다. 푸른 들판을 말 타고 내 달리던 콧수염의 브린너와 야성미 넘치는 부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자기 아들(토니 커티스 분)을 총을 쏘아 죽이는 장면에서는 혀를 차기도 하였습니다만, 브린너의 카리스마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훗날 부지런히 비디오로 찾아본 그의 영화 들 중에서는 역시 데보라 커와 공연한 여로그리고 살인 로봇으로 나왔던 이색지대와 드물게 대머리 아닌 모습으로 연기한 솔로몬과 시바등이 생각납니다.

 

6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브린너는 70년대에도 그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멕시코의 건국영웅을 극화한 판초빌라에서 로버트 미첨과 호흡을 맞추었는데 그 영화에는 스타덤에 오르기 전인 찰스 브론슨이 함께 나오기도 하지요. 또 역시 멕시코의 영웅 사바타를 그린 영화에 그는 자신의 서부극 복장으로 굳어져 버린 검은 수트를 입고 연기하였고 그의 얼굴값 덕분으로 흥행에는 어느 정도 성공을 합니다만 평론가들의 평가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때 즈음부터인가.. 브린너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브린너표 연기의 틀에 박혀있다’ ‘너무 폼을 잡는다는 등이었습니다. 허허. 그에 대한 호불호의 시선 차이에서였겠지만 제가 보아도 브린너는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기 보다는 자신의 고정스타일 연기만을 고집스레 유지하였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러나 그는 그것만으로도 세계의 톱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으니 , 더 할 말은 없지요.

 

브린너의 분위기적 특징은, 물론 연기도 잘하지만 그 빛나는 안광(眼光)과 또 더 빛나는 대머리로 함께 연기하는 상대 배우들을 압도 한다는 것입니다. 당대의 스타배우였던 조지 차키리스와 경연한 태양의 제왕커크 더글러스와 연기 대결을 펼친 그리이트 시 맨같은 영화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일찌감치 황야의 7에서도 곧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스티브 맥퀸, 제임스 코번, 찰스 브론슨 등 쟁쟁한 배우들을 부하로 거느리면서 과연 자신의 제왕적 카리스마를 관객들에게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꼭 붙이고 싶은 사족 황야의 7인에서는 상대 악당 두목으로 엘리 월락이 등장하는데 그는 그 뒤로 6년 쯤 뒤에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수정주의 서부 3부작 중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에 추한 놈으로 출연하여 누구라도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개성 있는 명장면을 보여주게 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70년대 초반 즈음이던가.. 피카디리 극장에서 브린너의 더블 맨을 개봉 상영하였는데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그때는 어찌어찌 기회가 되지 못하여서 보지 못하고 재개봉관인 을지로 6가의 계림극장으로 내려 왔을 때도 그랬고 나중에는 왕십리 양지시장 한 편에 있던 동원극장과 배명중학교 앞 삼거리에 있던 동시 상영관 광무극장에 왔을 적에도 왜 볼 기회를 갖지 못하였는지 지금도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 4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역시 보지를 못하고 있는데 비디오 대여 가게에도 없고 인터넷 영화 사이트 들 중에도 올려져있는 경우가 없었던 탓이라고 하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보게 되겠지요.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그의 부리부리한 눈의 그 눈가에 자글자글 주름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것을 더욱 가속화 시켜 준 것은 그의 애연(愛煙)습관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늘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아니한 지독한(!) 애연가였기에 그는 결국 그것으로 폐암이라는 못 된 질병을 얻어서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마름하고야 말게 되지요. 향년 66.. 지금 제 나이로 빗대어 보면 두어 살 형님뻘이 되는 즈음에서 타계한 것인데 그 나이라면 지금 제가 사는 강원도 산골 마을 경로당에서는 부지런히 엽차 주전자를 들고 다니면서 고참 어르신들을 모셔야 하는 젊은 나이이지요.. 언젠가 무슨 영화인들의 모임에 나와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다행히 대머리이기에 백발은 없었지만 시종 빙그레 웃는 모습이었기는 하지만 병색이 완연한 그의 얼굴을 가득히 점령하였던 주름살들이 그의 힘찬(!) 젊은 날을 기억하는 이들로 하여금 길고 깊은 한숨을 쉬게 하였습니다..

 

자신과 같은 운명이 되어 질 것이 분명한 이들의 깊은 후회함을 막아 보려고 하였던 것이겠지요.. 그가 폐암으로 사망하기 직전 한 공익광고 속에서 이런 말을 유언으로 남겼습니다.

 

"나는 이제 떠나지만 여러분께 이 말만은 해야겠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마십시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담배만은 피우지 마세요.“

 

19851010.. 그렇게 그의 부리부리한 눈도 스르르 감겨졌습니다.

 

산골어부  201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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