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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나무 그늘 아래 서릿발 [0]

김홍우(khw***) 2017-11-01 16: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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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나무 그늘 아래 서릿발

 

이렇듯 늦가을로 접어들면 이곳 산골 마을에서 농작을 하는 사람들은 서리 내림의 시기에 신경을 곧추 세우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된서리를 염려하여 단단히 준비들을 합니다. 된서리에 맞으면 고무마도 고추도 호박 등 대부분의 노지 농작물들이 다 못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제 새벽 하얗게 서리가 내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당 한 쪽 구석에서 충성을 다하고 있던 방울토마토 줄기들이 다 못쓰게 되었군요.. 그래서 어떤 혹독한 경우를 당하였을 때에 된서리 맞았다고 말들 하는 것이구나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에 교회 마당을 둘러보는 중에 둑 변 쪽 한 편에 서 있는 큰 목련나무 아래로 지나가다 보니 바닥에서 버석버석 소리가 납니다. 지난밤에 내린 서리입니다. 해가 뜬지 30분 쯤 밖에는 안 되었지만 아침 햇살이 닿는 대부분의 곳은 벌써 다 녹아서 없어졌는데 아직도 크고 넓은 잎이 무성한 그 목련나무 그늘에만 그림자 모양대로의 서릿발이 남아있어서 발에 밟히는 소리입니다. 과연 거기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기운도 여전하여서 발걸음을 돌려 햇볕 쪽으로 나가게 됩니다. , 여름에는 다들 그 나무 그늘 아래에 몰려 앉아서 뜨거운 햇빛과 더위를 피하였는데.. 이제는 햇볕 쪽으로 일부러 나가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늦가을에 된서리라.. 겨울의 맹추위가 곧 올 것이라는 예고이며 그런즉 앞서 잘 준비하라는 주의 경고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성경에서도 환난의 날이 겨울철에 오지 않도록 기도하라는 말씀이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는 추위라고 하는 것이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없고 어려운 처지를 일컬어 춥고 배고프다라고 하지요. , 추운 것과 배고픈 것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고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당면하게 되었다면 바로 가장 힘들고 어렵고 그래서 불쌍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며 광의로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뜻으로 확장되기도 하지요.

 

그래, 목련나무야.. 너는 여름철에는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주면서 사람들을 모으더니만 또 이제는 이렇게 차갑고 얼어붙는 그늘도 만들어 놓는 것으로 발걸음을 피하게 하는구나...”

 

다행히도 그렇게 서릿발 그늘이 드리운 곳에는 잔디와 토끼풀 정도만이 뒤섞여 있는 곳이니 크게 염려할 것은 없지만 그 모양을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많은 것을 배우면서 깨닫게도 됩니다.. 깊은 한숨을 쉬어 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정 기간을 지내게 되면 누구나 자기의 영역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것인데 그 곳을 따사로운 햇볕의 곳이나 시원한 그늘의 곳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저렇듯 얼어붙은 지경을 만들어 놓는 것으로 자기 주변을 냉동의 장소를 만들어 놓는 사람도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저 목련나무처럼 발 없는 나무들은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옮겨 갈 수 없기에 자기 주변에 생겨지는 그늘이야 계절에 따라 시원하게도 얼어붙게도 하는 곳이 되어짐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아서 뜨거운 태양을 향하여 설 수도 있고 반대로 등지고 설 수도 있지요. 곧 자신의 의지대로입니다. 따라서 자기 몸의 그림자를 어느 지점에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그 곳을 그늘로 만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다만 더운 날에 시원함을 주는 그늘을 만들 수 있지만 추운 날을 더욱 춥게 하는 그늘 역시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대왕이시여, 저의 소원은 대왕께서 지금 옆으로 조금만 비켜 주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저를 비추는 따스한 햇볕을 가리고 계시니까요..”

 

소원을 묻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통속의 철인 디오게네스가 한 말이라고 하지요. 그러니까 그의 소원은 한 줌의 햇볕이었다고 하여도 좋을 것입니다. 삶의 뜻과 의미에 달통한 철인에게는 사람의 소원이라고 하는 것도 그저 한낱 욕심과 미련의 장식품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알렉산더가 고의로 햇볕을 가린 것은 아니지만 작은 햇볕 한 조각의 닿음에 만족함으로 살아가는 철인이기에 세계를 제패하면서 자신에게 소원을 묻는 대왕 알렉산더에게 당신이 만들어 놓은 작은 그늘을 치워달라는 소원을 말한 디오게네스의 말을 깊이 음미하게 되면서 내 삶의 현재 진행 방향을 돌아보게 됩니다.

 

햇볕은 자연현상적인 것으로서 하나님이 만드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따듯하고 또 누구에게나 얼마든지 무료입니다. 사람은 자유롭게 걸어 다니지만 자신의 그림자를 떼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생을 함께하게 되는데 어디에 어떤 모양의 내 그림자를 만들 것인가는 그림자의 주인 된 사람에게 주어진 권한입니다. 그래서 지정된 어떤 곳에 누군가가 다가와 쉴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을 기꺼운 마음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고 반면에 어떤 곳에 한 결 같은 모양으로 늘 주어지는 자연의 은혜 모양마저도 가로 막는 것으로 차갑게 얼어붙는 곳을 만들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저 목련나무 그늘에 여전한 서릿발 같은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 나는 어디에 또 누구에게 어떤 모양의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사람인가... 혹 그렇다면 또 누군가의 고단한 땀방울을 식혀주는 시원한 그늘인가.. 아니면 그 고단함에 혹독함을 더해주는 서릿발 그늘인가.. “추상(秋霜)같다.”는 말 그대로 과연 늦가을의 서릿발로서 추상같은 말 한 마디와 얼굴표정으로 주위를 얼어붙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 역시 필요할 때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몸에 밴 교만함과 거만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엉뚱한 모양으로 확대 부각시키면서 그때에 생겨지는 주위의 긴장을 즐기는 사람들로서 스스로 서릿발 같은 모양의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이들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자기중심 자기 본위로 주변을 얼어붙게하는 모양보다는 녹아지게하는 모양을 갖추는 사람이 필히 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너와 나 우리 모두의 평안과 행복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감당 못 할 뜨거운 기운을 막아주는 그늘을 만들어서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시원하도록 가려주기도 하고 따듯하도록 비켜주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 ‘어디를 가든지 화평케 하는 사람인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나의 모습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온기와 또는 냉기가 될 수 있습니다. , ‘돕는것으로 손 붙잡아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방해하는것으로 잡은 손마저도 뿌리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밀어버리는 것으로 죽이는사람이 될 수도 있고 손 내미는 것으로 살리는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이른 아침에 목련나무 그늘 아래 서릿발을 바라보며 배운 것은 이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산골어부  201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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