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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여기에 없어서 다행 [0]

김홍우(khw***) 2017-10-30 17: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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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없어서 다행

 

설마.. 그래도.. 혹시 여기에...? 하면서 냉장고를 슬쩍 열어봅니다. 역시 없군요 휴 참 다행입니다.. 다행이기는 한데.. 그럼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불과 1시간 전만 하여도 분명히 손에 들고 다녔던 열쇠꾸러미가 없어져서 온 가족이 총출동 되어 찾고 있습니다만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네요. 그래서 하도 답답하여 냉장고도 열어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종종 주변에 연세 높으신 어르신들로부터 열쇠, 안경, 지갑, 심지어는 모자와 휴대폰 같은 것 등등도 아무런 생각 없이 즉 무심결에 냉장고에 넣어 놓고는 온 집안을 다 뒤지며 찾기를 거듭하다가 나중에 냉장고 안에서 발견하였다는 말을 몇 번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꾸만 정신이 없어지더라니까..”

 

그게 바로 치매 초기 증상이야 초기 증상

 

이제 환갑을 벌써 넘기다 보니까 예전에는 그저 귓전으로 넘겨들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가 가끔씩 떠오르곤 하는데 바로 오늘처럼 열쇠꾸러미 같은 것을 잃어버리고는 찾지 못하고 있을 때는 더욱 선명히 떠오르면서 은근히 불안한 마음이 생겨납니다. 혹시 나도 치매 초기 증상...? 허허. . 쯧 그래요 아직까지는 허허 웃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어야 할 텐데..

 

나는 밭일을 하다가 들어와서 낫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잊어버린 적도 한 번 있어

 

어떤 어르신의 말씀이신데 당신께서도 어이가 없으신지 허허 웃으십니다. 냉장고를 열었더니 거기에 들어 앉아 있는 낫이라.. 어쩐지 서늘한 장면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그러한 일들과 장면들이 나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모양인 것이라면 그냥 쉽게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TV에 나온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 대담 중에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치매를 찾아보니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지능·의지·기억 따위 정신적인 능력이 상실된 상태.” 라고 사전은 설명하고 있군요. 친절하고 확실한 설명이지만 어쩐지 특별히 기억해 두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정의하고픈 마음의 발로에서 일 것입니다. 그러나 또한 싫든 좋든 우리 사회 속에서 치매의 문제는 날마다 그 점유의 폭을 넓혀가면서 고령화 사회의 대두와 함께 점점 더 큰 문제 중에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이미 되었습니다.

 

에이, 오래 살면 뭐해 벽에다 똥칠하기 전에 얼른 죽어야지..”

 

, 글로 옮기기조차 불편하고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연세 높으신 어르신들의 탄식과 한숨으로 하시는 말씀들로 가끔 들을 수 있는 것인데 푸념 섞인 자조의 말로서인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아주 빈말로서도 역시 아니며 그 연세 즈음에 눈앞에서 벌어지고 귀에 들려오는 동료 어르신들의 치매 이야기들 속에 내 모습을 투영하여 보면서 하시는 말씀들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제 저와 같이 환갑도 벌써 넘긴 사람이라면 뭔가 떨떠름한 느낌과 기분으로 쯧쯧 하면서도 새겨보는 말이 되기도 하는군요. 얼마 전에도 어떤 식사자리에서 약주 한 잔 하시던 어르신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너도 나도 건강백세라고 말들 하는데 그래.. 건강백세가 뭐 따로 있는가.. 치매에 걸리지 않으면 건강백세지.. 암 그렇고말고..”

 

강박관념의 압제의 모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치매만큼은 피하여야 한다는 뉘앙스가 진하게 묻어나오는 것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요 건강하게 자녀들의 효도를 받으면서 오래 오래 편히 사세요.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해도 괜찮은 것인가 싶기는 합니다만 혹 돌아가실 때가 되어서도 오래 앓는 고통을 당하지 마시고 편안히 주무시다가 홀연히 영면에 들어가는 끝까지 복된 어르신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냉장고에도 없고, 신발장에도 없고, 차 안에도 없고 사무실에도 없고.. 화장실에도 없고.. 혹시나 의자를 놓고 올라가 본 장롱 위에도 당연히 없고... 혹시 흰둥이가 물고 들어가지는 않았는가 개집 속에도 들여다보고...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어 편치 않은 잠자리에서 뒤척대다가 아침을 맞았습니다. 다시 또 여기 저기 찾아보는데 좀 더 주의하지 못한다고 핀잔을 주던 마누라의 의외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여기 내가 찾았어요. 어유 어디 있었는지 알아요?”

 

(알면 내가 찾았게..) 아무튼 반가운 마음에 발견했다는 곳에 가보니 데크 한 쪽에 있는 우산꽂이 대를 가리킵니다. 거기에 꽂혀있던 장우산의 대살 하나의 끝에 걸려 있더라는 것입니다. 아하 그래, 열쇠꾸러미를 손에 쥐고 집으로 들어가다가 우산 두 개 굴러다니는 것을 보고 들어다가 우산꽂이 대에 넣어 놓은 기억이 나는데 분명 그때 손에 있던 열쇠 꾸러미가 우산살 끝에 걸리면서 손에서 빠져나간 것이지요. 그래도 그렇지 손에 감각이 그렇게 둔하단 말인가 쯧쯧. 그저 바라기는 그것도 치매의 현상과 연결하여 설명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를 하는 마음입니다.

 

이제 찾았으니 한 결 마음이 가벼워 지면서 돌이켜 보게 됩니다. 그래, 냉장고 속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잖아.. 칫솔걸이에 걸려있지 않았던 것도 다행이구.. 반찬 통 속에서 발견되어졌다면 정말 큰 일 아니었겠어...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래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사람 하는 모든 이들에게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게 하는 치매와는 상관없이 건강하고 그래서 화목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아니하는 복된 가정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다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산골어부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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