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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작(淺酌)을 아시나요 [0]

김홍우(khw***) 2017-10-10 14: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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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작(淺酌)을 아시나요

 

주당(酒黨)이라는 말도 있고 주사(酒邪)라는 말도 익숙하지만 천작(淺酌)이라는 말이 낯 설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천작이란 조용히 알맞게 술을 마심. 또는 술을 조금 마심.’을 뜻하는 말인데 조용히 알맞게 술을 조금 마시는모양은 주변에서 쉽게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 없기는 왜 없을까마는 맞아요, 쉽게 찾아보기는 힘든 모습입니다. 

 

술자리에 많이 앉아 보셨습니까? 일단 술자리가 마련되고 술잔이 돌아가면서 생겨지는 특성 중에 하나는 바로 떠듦입니다. 목소리가 커지기 때문이지요. 평소에는 외면 받던 호기(豪氣)와 객기(客氣)가 인정되고 용납되는 자리가 바로 술 마시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훌쩍 쉽게 공인 받는 술판이 됩니다. 무슨 공인인가 하면 다툼, 싸움, 교통사고 등이 일어나도 일단 그때 술에 취해서라는 변명이 자기 당위로 통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 시대에 빨리 뜯어 고쳐야 할 못난 풍속도입니다.

 

그래서 음.. 천작은 과음(過飮)의 상대어이며 반대말이라고 하여도 되겠습니다. 얕을 천()자를 사용하여 가볍게 또는 간단히 한두 잔의 술을 마시는 모습에서는 과음의 모양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누구나 이렇게 술을 마신다면 주당(酒黨)이라는 말도 생겨날 일이 없었을 것이며 주정(酒酊)이나 주사(酒邪)라는 말도 사용될 일이 없을 터인데.. .

 

지금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군 입대 전 청년 시절에 친구 둘과 함께 서대문 쪽 어딘가에 술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순전히 젊은 객기로 소주를 열 서너 병 까지 마신 적이 있습니다. 한 명이 대여섯 병을 마신 꼴이지요. 그리고는 아니나 다를까 광화문 사거리 국제극장 앞 지하도 입구에서 친구 한 명이 휘청 하더니만 우당당 데굴데굴 굴러서(!) 내려갔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부러지거나 크게 다친 곳을 없었지만 여기저기 멍이 들고 찰과상을 입으면서 피를 흘렸습니다. 당시 어르신들 말씀이 술 취한 사람은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 친구가 가파른 20여 계단 정도를 굴러 내려가는 것을 기꺼이(?) 몸소 보여주는 것으로 그 말을 어느 정도는 증명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졸지에 맑은 정신들이 되어서 귀가 길을 서두른 기억이 납니다.

 

벌써 40여 년 전의 이야기입니다만 당시 그 사건으로 제가 받은 과음의 경고는 지금도 선명하고 그 후로는 그렇게 술을 마셔 본 적도 없고 또 술자리 자체를 가져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서 과음의 폐해를 과감하고 기꺼운 희생정신(!)’으로 보여준 그 친구의 본보기가 나에게 큰 유익이 되었습니다. 허허. 그 친구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가.. 스무 살 즈음의 철없던 모습들 속 한 장면이 되어버린 그 사건은 아마 두고두고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30년 전인가요.. ‘서서 간단히 한잔 하는 간이주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대 여섯 평 공간에 의자가 없고 주로 동그랗고 높은 작은 혹은 크고 길쭉한 공동 테이블 주변에 둘러서서 생맥주 한 잔 정도를 마른안주 곁들어서 쭉 들이켜고 나오는 식이었는데 퇴근길 직장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주당풍습으로 자리를 잡을 것처럼 화제가 되면서 우후죽순처럼 늘어갔는데 저의 기억으로는 한 해 정도를 온전히 채우지 못하고 하나 둘씩 전업들을 하면서 사라져갔습니다. 그 즈음에 누군가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그래 맞아, 역시 술은 느긋하게 둘러앉아서 주거니 받거니 해야 되는 거잖아허허 그런데 그 느긋하게 둘러앉는것이 술이 몇 순배 돌아가면 그냥 퍼질러 앉는모양들이 되어버리기에 문제인 것이지요.

 

술 좋아해서 탈이라는 말은 있어도 술 안 먹어서 탈이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아직 없는데 혹 주당들 사이에서는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 인지는 또 모르겠습니다. 술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것과 같은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대로부터 인류와 함께하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술로 인한 작금의 폐해 모양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와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가장 좋은 차선책이라고 할 것인데 분명한 것은 법()제화의 모양으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세계 역사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도 금주(禁酒)정책이 성공한 예가 없고 가장 가까운 예로 미국의 금주령을 들 수 있습니다.

 

1919 우리나라에서는 3.1운동이 나던 해에 바다 건너 미()연방의회는 당시 미국 전토에서 술과 술 살롱에 대한 폐해의 팽배가 나라를 망치게 할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이른 바 수정헌법 18조를 비준하였는데 곧 술의 제조, 배포, 판매를 금지한 것입니다. 물론 예외를 두어 의학이나 종교의식을 위한 술의 생산과 한 가정 당 년 중 200갤런의 가내 술 제조는 허락하였습니다. 이제 미국사회는 연방의회가 바라는 대로 술 없는 미국이 되었어야 하고 술 냄새 술주정 알콜 중독의 모양이 사라진 깨끗한 나라가 되었어야 하지만 그와는 반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지하로 스며든 술시장이 번창하고 여기에서 생겨나는 엄청난 이권을 두고 유명한 알 카포네같은 갱 조직들이 속속 개입하면서 표면적 술주정의 소리는 없어졌지만 대신 갱들의 총소리가 날마다 들려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총소리란 곧 사람을 죽이는소리이고 사회 혼란은 가중되어 갔던 것인데 이러한 모양으로 치달음의 근본에는술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이 있었고 법령(法令)으로는 그것을 말리지도 잠재우지도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포도생산 산업이 바닥을 치게 되면서 산업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되는데 더하여 밀주(密酒)와 밀수(密輸)가 날로 흥왕하면서 오직 술 관련 범죄 사업(!)만이 연일 상한가를 쳤던 것입니다. 결국 연방의회는 두 손을 들었고 1933년까지 즉 13년 동안의 금주령시대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강제적 금주(禁酒)보다는 자율적 천작(淺酌)으로 이끌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어느 나라라도 다시 국민들에게 강제 금주령을 내린다면 앞서 미국이 겪었던 일을 똑 같이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한결같은 연구이며 주장이고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천작(淺酌)을 생활화하는풍토가 생겨나도록 정부와 사회가 앞장서서 교육의 장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이전에도 피력한 적이 있지만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문화보다 ()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면서 아낌없는 투자하여야 합니다. 아름다운 풍속으로서의 법도와 예법을 배우는 차()문화가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차()마시는 자리에서가 아니라 술 마시는 자리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차 마신 사람이 아니라 술 마신 사람으로 인하여서 각종 비극적 사고들이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지금도 날마다 생생하게 피부로 체험을 하고 있는 바입니다.

 

한복을 곱게 입혀놓고 얌전한 모습으로 차도(茶道)를 배우게 하고 또 가르치는 것에 기꺼이 투자를 하는 것처럼 이제는 주도(酒道)를 가르치는 교육 마당이 생겨나고 열려져야 합니다. 십대 청소년 시절을 지나면서 그저 끼리끼리 뒷골목 술집에 모여 앉아서 예()도 법()도 없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부어라 마셔라 모양의 무법(無法) 무도(無道)한 술자리의 난잡함을 배우고 있는 것이 우리 자녀들의 현재입니다. 그렇게 배우고 몸에 익힌 모습들은 사회의 아름다운 질서와 모두의 공익을 이루는 좋은 모양으로 나아갈 수도 나타날 수도 없으며 그렇게 가르치지 못한 결과로 일어나는 추하고 끔찍한 사건 사고의 책임 중 많은 부분이 바로 지금 어른들된 우리에게 있습니다.

 

내 자녀들을 앞에 앉혀 놓고 차도(茶道)만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들이 한 자리에서 기꺼이 잔을 주고 받는 것으로서 올바른 주도(酒道)를 가르쳐야 하는 데 그렇게 해 보셨습니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그렇게 하든지 안 하든지 아이들은 어디에선가 또래들과 술을 마시면서 아무렇게나 작금의 술 문화를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금주령을 내리겠습니까? 아닙니다. 먼저는 천작(淺酌)의 예와 필요를 가르치는 것으로 절주(節酒)의 습관을 갖게 하여야 하는 것이 바른 순서입니다.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녀 누구와의 어떤 자리도 아름다운 자리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절제되고 자제하는 적당한 한 잔으로서의 술 문화를 가르쳐야 합니다. 바로 천작(淺酌)입니다. 술로 인한 폐해를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는 일에 우리 모두 협력하고 앞장섭시다.

 

산골어부  20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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