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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댁(濠洲宅)과 제 멋대로 국명 읽기 [3]

윤영노(rho***) 2017-10-09 20:48:49
크게 | 작게 조회 429 | 스크랩 0 | 찬성 6 | 반대 0


 옛날,  대략 조선왕조시대에 태어난 조선 여성들은 이름이 거의 없었다. 추측건대 한일병탄 이후 출생신고 제도가 정착되면서 마지못해(?) 여성들에게도 이름을 지어줬던 것 같다. 필자의 할머니가 태어난 것이 1870년대 고종시대였는데, '전주 이씨'라는 것만 알뿐 이름을 들어본 기억은 없다. 고모가 한 분 계셨는데,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이름을 알았다. 조선 여성들이 이름을 갖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지배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여권신장(權伸張)에 일본의 역할을 막무가내로배제하긴 힘들어 보인다.  

이름 유무(有無)를 떠나 여성들이 성인이 되자마자(1821세) 출가하는 보편적인 관습상 이름을 사용하는 일도 거의 없었을 것 같다.결혼하면 새댁, 애를 낳으면 '아무개 엄마'로 호칭되기 때문에 이름 부를 일도 거의 없었을 것 같다. 필자 어머니도 일제시대에 태어나셨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태어난 여성과 달리 이름은 있었지만, 이름을 직접 들어본 것은 '시대가 좋아진' 이후 은행이나 병원 등 '특별한 상황'에서 뿐이었다. 이 밖에 시댁의 성을 붙여 '김집' '이집'하기도 했고, 여자의 출신지를 활용하여 호칭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부산 여자가 서울로 시집오면 '부산댁', 서울 여자가 부산으로 시집가면 '서울댁' 하는 식이다. 요즘 젊은 주부에게 '미시스 某'나 'ㅇㅇ맘' 등 우아한(?) 호칭 대신 'ㅇㅇ댁'이라고 호칭했다간 성희롱이나 명예훼손으로 피소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1950년대 초대 영부인이었던 프란체스카 여사에게도 이 법(?)이 적용되어 시중에선 '호주댁'으로 불렸었다. '만인의 평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한 나라의 국가원수 부인을 '호주댁'이라고 부른 것은 불경(敬)과 폄하(貶下) 끼가 다분해 보인다. 불경 폄하 여부를 떠나 '호주댁'이라 명명(?) 한 것은 다분히 '코미디적 무지'의 소산으로 보이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호주(濠洲)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한자 표기다. 프란체스카 여사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집왔다는 의미로 호주댁이라고 했는데, 알다시피 프란체스카 여사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닌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두 나라의 국명은 지금도 지리에  관심이나 흥미가 없는 사람들에겐 상습적으로 혼동하는 국명 가운데 하나다.

우리 입에 '호주'가 오스트레일리아의 한자 이름으로 굳어졌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이의를 제기한다는 자체가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그 어원을 추적해 보면 대부분의 한자어 국명이 그렇듯 우리완 전혀 무관한 발상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인의 귀에 오스트레일리아가 '오타랄리'로 들렸는지 한자로 濠太剌利로 표기하다가 일본인 특유의 '축소지향적'인 끼가 발동하여 꼬리를 싹뚝 잘라버리고 맨 앞자 '濠'자에다가 섬 洲를 붙여 호주(濠洲)를 창제(創製)해 낸 것 같다. 여기서 왜 호국(濠國)이 아닌 호주(濠洲)로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것은 아마 당시 오스트레일리리아가 아직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이전이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무튼 호주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이 들어도 알 수 없는 희한한 국명이지만, 우리의 발음 체계와는 전혀 무관한 '호주'를 아무런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은  낮 뜨거운 일일 수도 있다. 그렇게 얼토당토않은 국명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도 아닌 자국의 국가원수 부인에게 '호주댁'이라고 명명한 것이 코미디인지 비극인지 좀 헷갈리는 면이 있긴 있다.

작년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마치 위대한 발견이라도 한듯 흥분한 어조로 지명이나 단체 이름으로 사용하는 중앙(中央) 그리고 지명 앞에 붙는 동서남북, 예를 들면 동서울 남서울 은 일제잔재라며 사용해선 안 된다는 발표문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얼마 전엔 아나운서하다 국회의원이 된 朴뭐라는 자가 뜬금없이 '근로자'라는 용어는 일제잔재라며 '노동자'로 바꾸어야 한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코미디'를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이 자들이 호주(濠洲)의 어원을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그것이 보고 싶다.

 註> Australia의 어원: 라틴어 terra australis 남쪽 대륙 australi+지명접미사(a)=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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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오병규(ss****) 2017-10-10 07:37:48 | 공감 0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명문이십니다. 우리나라 여권신장權伸張에 일본의 역할을 막무가내로배제하긴 힘들어 보인다.그런즉 일본과는 더욱 친밀해져야 합니다. 농담이 아니고..진짜로....윤公! 조금 착각하신 거 같습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호주댁이 아니라 오지리墺地利댁입니다. 오스트리아Austria를 한자로 墺地利라고 합니다. 죄송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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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노(rho****) 2017-10-10 11:00:53 | 공감 0
ㅎㅎ.. 제가 호주댁이라고 한 것이 아니고 당시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와 오스트리아를 혼동하여 그렇게 호칭했었다는 뜻입니다. 오지리댁이라고 했다면 시비대상이 아니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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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규(ss****) 2017-10-10 11:23:53 | 공감 0
아! 저의 실수 아니 난독증이 뾰록 났습니다. 자세히 읽으니 그 곳호주태생이 아니란 말씀이 계셨네. 죄송하게 됐습니다.괜히 아는 척 하느라...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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