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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사람들 [0]

김홍우(khw***) 2017-06-17 12: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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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사람들

 

병원에서 가족들한테 준비하라고 했대요...”

 

,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신 금년 89세의 우리 교회 여집사님 한 분에게 내려진 병원의 선고(?)입니다. 아니 어쩌면 세상의 선고라고 하여도 될 것입니다. 89세이시라... 이제 돌아가실 만한 연세도 되셨지 뭐.. 라고는 다들 말하면서도.. 아들딸들에게는 엄마 어머니이고 마을사람들에게는 늘 함께하던 이웃인지라 이 전언을 듣는 이들은 모두 혀를 차며 서운해 하며 아쉬워하고 또 안타까워합니다.

 

준비를 하라... 기식의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겠지.. 누구나 겪는 일이기는 하지만.. .. 그러면 무엇부터 준비를 하여야 할까.. 우선은 마음의 준비겠지.. 그리고는 장지? 화장터? 부음을 전할 친지와 지인들의 명단정리.. 장례의 형식과 절차.. 조문객 맞이.. 등 생각하고 가족회의로 의논할 것들이 많이 있지요. 그런데 막상 준비 선고를 받은 당사자 집사님께서는 힘없는 목소리로 퇴원해서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십니다... ..

 

병원에서 퇴원하는 것처럼 세상에서도 퇴원(!)한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의 살아가는 모습들은 누구나 다 거의 예외 없이 병들어서-’ 또는 병든 모습처럼 고단하고 고통 받는 것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라는 병원에서의 회복 없는 입원생활에서의 해방.. 이를 두고 사람들은 타계(他界)라고들 하지요.. 세상 병원에서는 회복하여 퇴원하면 그리운 집으로 가지만 회복하지 못하면 집과는 영영 결별이고.. 또 집으로 간다고 하여도 얼마를 더 그 집에 머물러 있을 수 있을까... 그래, 이제는 영원한 집으로 가야 합니다.

 

상기 한 바 정해진 길에서 뛰쳐나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그래서 우리 모두는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너무나도 명백한 일이기에 당연히 준비를 하여야 하고 그렇게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지혜롭고 또 평안한 사람들입니다. 시나브로 다가오는 마감의 날은 발버둥을 쳐도 피할 수 없고 몸부림을 쳐도 비켜지나가지 아니하며 그 둘을 동시에 친다고 하여도 결코 오지 않도록 막아낼 수 없고 자신의 몸과 마음만 더 피곤해질 따름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순응하여야 하는 것 바로 인생의 마감 날 죽음입니다.

 

선조들이 다 그 길을 걸었으며 지금 왁자지껄 활기차게 떠들고 있는 이들도 다 그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도 변할 수도 없습니다. 다행한 것은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렇듯 준비를 하기는 하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날마다 절망의 심정으로는 살아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지요.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당당히 나아가고 용감하게 맞닥뜨릴 수 있는 이들의 예가 있어 힘과 용기를 주기에 인생여정을 지나는 중에 고단한 일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웃고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준비하여야 하는 일때문에 날마다 우울하고 슬프고 그 절망감에 화를 내게 되면서 또 한 편으로는 자포자기(自暴自棄) 하게 된다면 이 세상은 아무런 소망도 기쁨도 없는 낙담과 한숨이 가득한 무질서와 폭력의 세계가 될 것입니다. 남자들의 경우로 보면 입영통지서를 받은 것과도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누구나 거의 대부분이 땅 꺼지는 한숨부터 내쉬게 되지만 그 당일이 되기까지 남은 날들에 대한 계획을 새로운 마음으로 세워보게 되면서 그날그날의 소중함을 새롭게 경험하게 됩니다.

 

마감의 날- 결코 뛰어 넘을 수 없는 벽- 그래서 어떤 이들은 허랑방탕으로 나아가게 되고 그러나 또 어떤 이들은 더욱 지혜로워집니다. 좀 더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끝이 누군가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이어주기를 전심으로 기꺼이 하기도 합니다. ,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은 늘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준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그 바통을 이어줄 준비를 열심히 빈틈없이 할 때에 지금 평안하고 활기차고 행복한 날들을 갖고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바로 준비를 인정하되 그 준비의 모양으로 나의 현재를 아름답게 이루어가는 지혜로운 모습으로서의 삶입니다.

 

사람들은 육신의 문제에 대하여서는 과학이라는 현미경으로 샅샅이 들여다보면서 많은 발전과 개선으로서의 금자탑을 이루어 놓았습니다. 육체를 괴롭히는 것으로 고통을 주고 단명(短命)케 하는 일들로 삶의 작은 즐거움조차도 가차 없이 앗아가는 숱한 질병에 관하여서입니다. 그러나 생명의 문제에 관하여서는- 그 갈피와 갈래를 잡지 못하고 있기는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신의 생성과 역할에 대하여서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터에 영혼의 존재와 머무름과 떠나감에 대하여서는 지식이 전무 하고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호기롭거나 또는 엉뚱하고 황당한 주장들만이 각 시대 속에서 부침을 거듭하여 오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이는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한 여행에 들어선다.”라고 하였습니다. 사실적 시간적 의미로 보아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러나 그렇듯 스스로 절망과 비참함을 애써 가질 필요는 없고 또 그렇듯 주지시킬 필요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알아도 몰라도 어차피 그 길을 걷게 되는 것이기에 그 보다는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의 가치와 활용에 대하여서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거듭하여 누구나 다 즐겁게-’ 길을 걸으면서 정해진 일을 준비하는-’ 이들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좋은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준비하는-’ 사람입니까? 물론 아닐 수가 없고 혹 난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저 세상에 자신을 아무렇게나 내어 던진 사람일 것입니다. 또 그렇듯 누구나 다 준비를 하여야 하지만 준비하는 중에도 어떻게 무엇을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준비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여 지금 나의 인생의 모양과 장면들을 좌우 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감일이 되어서 조용히 누워있을 때 사람들은 그를 빙 둘러서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이 사람의 예법입니다. 그들에게 이 누운 이의 일이 당장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 역시 불원(不遠)간에 그렇게 눕게 되고 사람들이 둘러서게 될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그때 사람들은 내가 아직 준비하는 과정 중-’ 일 때의 일들을 말하며 아닌 듯 나의 삶을 이렇게 저렇게 평가하게 되지요. 좋은 말들만을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기대는 아예 처음부터 갖지 않는 것이 누울 적에도 편히 눕게 됩니다.

 

보란 듯이 벌떡 일어나서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싶지만 지금은 준비하는-’ 몸이 아니라 준비 된 대로-’ 되어버린 몸이기에 여전히 준비하고 있는-’ 이들의 손에 맡기어질 수밖에 없고 그들의 수다스러움 속의 섣부른 판단이 나 아무개의 정의가 되어버립니다. 고로 그저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고 또 그래서 그렇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무력(無力)과 동시에 평안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준비하는-’ 이들은 나의 마감일을 준비하는 것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나를 두고 둘러설-’ 이들을 위한 준비도 하여야 합니다. 준비되어진 대로 그렇게 떠나가는 나를 보면서 이랬네 저랬네 못나고 헛된 입방아들을 찧지 않고 이제 주머니 없는 수의를 입고 그렇게 가버리는 나의 모습 뒤편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엄중한 현재와 현실를 새삼 재삼 확인하고 지금 보는 것과 똑 같이 필히 닥쳐올 자신의 마감일을 잘 맞이하기 위한 온전한 준비곧 세상에서의 아름다운 퇴장하나님나라의 입장을 꼭 이루는 이들이 다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산골어부  201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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