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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를 보는 마음 [0]

최승달(cho***) 2017-03-21 0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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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 연이은 모 국가고시에 실패하고 마치 인생을 포기한 듯 방황하다가 우연히 신문 지상에서 발견한 한국해양대학 전수특과생 모집 광고가 인연이 되어 팔자에도 없는 해양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혹독한 교육과정을 거친후 받은 갑종이등항해사 자격증을 밑천으로 외국적의 유조선에 승선하는 재생의 길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1년 수개월 간의 승선 근무후 휴가차 下船하여 부산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서 일본 시모노세끼 영사관을 찾아갔을 때 높은 깃대 위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던 감격스러운 감정은 평생 내 기억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해군 대령 출신이라는 호랑이 같은 선장 밑에서 말단 삼등항해사로서 군대생활이나 다름없는 고달픈 1년 수개월의 초임 항해사 생활을 마치고 그리운 가족과 고국을 만난다는 감격스러운 기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실감이 잘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반갑게 찾아간 영사관의 영사로부터 받은 모욕적 처사 역시 평생을 잊지 못한다.


"아무리 멍청해도 그렇지 下船 증명서도 없이 귀국하겠다는 놈이 어디 있나?"

"나는 잘 모르는 일이고 사무장이 귀국 서류만 만들어 주기에 그냥 왔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안돼! 도로 동경까지 가서 하선 증명서 떼어와!"

"배는 이미 동경을 출항해 버렸습니다"

"그건 내가 알 바 아냐! 멋대로 해!"

해외주재 영사관의 임무란 본국을 대신해서 해외주재 국민들의 민간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꾹꾹 참고 있던 감정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승선했던 배가 다시 동경에 입항할때 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 이곳 영사관에서 그렇게 해 주셔야겠죠."

"이놈이?" 

"욕설은 빼고 말씀하시지요.나도 30대의 성인입니다"

결국 붉으락푸르락 노발대발하던 영사는 주먹으로 탁자를 한번 내려치더니 직원에게 "네가 알아서 처리 해" 라면서 나가 버렸다.


육군 고급장교 출신이라는 그는 호랑이 영사로 소문난 사람으로서 쪼인트 몇대 까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라는 직원의 말을 뒤로하고 영사관을 나오면서 그토록 반가웠던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던 감격은 사라지고 영사관을 향해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다.


최근 대통령의 탄핵정국에서 탄핵 찬반집회가 열기를 띠면서 탄핵을 반대하는 소위 태극기집회가 벌리던 강행군 속에서 우리 태극기가 받는 수모 역시 나를 흥분케 했다.

물론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킨다는 의미에서 태극기를 동원하는 것을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태극기는 나라의 상징으로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소중히 그리고 경건하게 다루어야 함은 물론이고 국익 차원의 법과 정의가 전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함부로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알고 있다.

태극기를 몸에 칭칭 두르고 마치 구국의 열사라도 되는 듯 열변을 토하고 있는 장면, 몸싸움을 하면서 태극기를 구겨 쥐고 상대방을 가격하는 장면, 길거리에 마구 뒹굴고 짓밟히는 태극기,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태극기,심지어는 변호사라는 사람이 몸에 칭칭 감고 있던 태극기를 가방에 구깃구깃 쑤셔 넣는 장면 등등을 보면서 태극기 수난시대라는 것을 실감됐다.


몇 년 전 모 국무총리 출신 여성 정치인이 대형 태극기가 깔린 연단 위에 서서 열변을 토하고 나서 태극기를 밟으면서 유유히 퇴장하는 장면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한 일이 있었다.

태극기를 모욕주기 위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겠지만, 국가를 상징하는 신성한 태극기를 유유히 밟고 지나갈 정도의 강심장은 대체 어디에서 유래하는 행동이었을까?


꽤 오래전에 읽은 모 유명한 대학교수가 방미 중에 겪었던 성조기에 관한 얘기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미국인 노파 한사람이 깃대 위에서 펄럭이는 성조기를 바라보면서 몇 번씩이나 두 손 모아 합장을 하더니 눈물을 글썽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연을 물었더니 "고마워서 저 성조기가 너무나 고마워서" 라며 눈물을 훔치더라는 것이다.

그 말 한마디에 그 노 교수는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조국에 대한 고마움을 몰랐던 자신이 크게 부끄러웠다고 술회했다.


반평생을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나의 지인 모 씨는 자신의 블로그 앞장에 커다란 태그기를 계양해 놓고 블로그를 열 때나 닫을 때 마다 그리운 조국을 생각한다고 한다.

실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의  애틋한 조국의 그리움을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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