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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광양회(韜光養晦), 한국의 소녀상[5]

윤영노(rho***) 2017.01.11 22:08:09
크게 | 작게 조회 2012 | 스크랩 0 | 찬성 11 | 반대 1


1854년 미국의 페리 제독에게 굴복하여 반강제적으로 개방당한 일본은 그로부터 65년 만에 '5대 강국'의 한자리를 꿰찼다. 황색인종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 심했던 당시의 非유럽권 국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인들에겐 자긍심을 가질만한 역사임엔 틀림없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열강들의 이해관계에서 파생된 행운도 적지 않게 작용되었지만 일본인들의 영악함과 노력이 수반되지 않았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 절정은 러일전쟁이었을 것이다. 당시의 보편적인 상식으로 봤을 때 승산이 전혀 없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극동에서의 이권에 깊숙이 관여되어 있던 당시 세계 최강 영국과 극동에서의 기회를 노리는 '차세대 세계 최강' 미국이 러시아의 극동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은 것이 일본의 이해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영국의 군사정보와 훈수, 미국이 돈을 대주지 않았다면 일본의 승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40년 후 이번엔 일본 서구화의 스승이자 은인인 미국과 영국에 도전하는 만용을 부린다. 러일전쟁에서의 승리에 도취된 일본은 그것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착각하여 치명적인 오판을 하게 된다. 1920-30년대의 전간기(戰間期) 일본은 오판의 절정기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의 일본은 요즘의 북한과 흡사한 이미지였던 것 같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의 루즈벨트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바 있다. 당시 루즈벨트는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일본을 '악의 축(axis of evil)' 국가로 지목했는데, 그 후 부시가 이 말을 빗대어 이란 이락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일본은 원조(元祖) 또는 1세대 '악의 축'인 셈이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을 기습하고, 그 몇 일후 영국의 최신예 전함 프린스 오브 웨일즈를 격침시킨다. 이것은 미국과 영국이라는 두 세계 최강을 강타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오만의 절정이었다는 것을 그로부터 4년 후 '핵 실험'을 당한 끝에 깨닫게 된다. 일본은 이 값진 교훈을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한다. 그 교훈의 키워드는 '미국에겐 무조건 납작 엎드려라, 절대로 'No'라는 말을 해선 안 된다'였다. 그 과정에서 적군파로 대표되는 일본 좌파들의 맹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대미(對美) 저자세 기조를 결사적으로 지켰다.

1910년 조선을 먹어치운 일본은 조선반도를 일본화(日本化) 하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였다. 1945년 8월 15일 현재 조선은 일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상당 부분 일본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할 상황에 직면한 일본은 허탈이란 말로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허탈감에 빠졌다. 일본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내 조선.. 내 조선..' 했을지도 모른다. 전후 미군정시대의 일본 총리였던 요시다 시게루(吉田 茂)가 맥아더에게 남조선 반환을 요구했고, 그 후 진행된 한일 협상에서 한국 측에게 끓임 없이 한국 내 일본 재산의 반환을 요구한 것이 그것의 반증이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측이  재산 반환 요구를 포기했는데, 미국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미국에 'No'를 해선 안 된다는 철칙을 엄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에 힘입어 한국의 경제가 도약했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아졌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싫든 좋든 언제나 우리가 '따라잡아야 할 목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었다. 긍부정(肯否定) 불문하고 많은 부문에서 일본의 영향이나 역할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1억이 넘는 일본인 가운데 우리를 조센징으로 폄하하는 '일본놈'과 보편적 상식에 입각한 균형잡힌 사고를 갖고 있는 괜찮은 '일본인'이 뒤섞여있다. '일본놈'은 '일본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일지도 모른다. 우린 그런 '일본놈'뿐 아니고 죄없는(?) 괜찮은 일본인까지 뭉뚱그려 적대시하는 무모한 반일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제아무리 험악한 일도 시간이 흐르면 잊히거나 약해지는 게 자연의 섭리인데 반일감정만은 예외인 것 같다. 일제시대를 직접 살았던 세대들보다 더 거세진 것 같다. 신사참배, 욱일기, 소녀상 등등은 80년대 이전엔 거의 들어보지 못 했던 말들이다. 1950년대에 국민학교에 다녔던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당시엔 학교 건물에 큼지막하게 '반일'이라는 구호가 적힌 고정 부착물이 붙어있었다. 당시의 순수한 반일은 일본도 이해를 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제삼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서 새로운 반일 상품이 개발되기 시작한다. 신사참배 욱일기 소녀상.. 등등. 그러나 이 '반일'은 일본의 반발과 제삼자들로부터도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신사 참배는 보기에 따라 남의 집 제사 문제를 간섭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욱일기의 경우는 전범기가 아닌 국제 사회로부터 공인을 받고 있는 엄연한  일본 자위대의 깃발이다. 욱일기에 대한 적대감정은 일본과 직접 싸운 미국이 우리보다 더 많이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미국조차 문제 삼지 않는 욱일기를 2차 대전 때 일본군이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전범기'로 낙인을 찍어버리고 있다. 조사를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호응해줄 제3국은 거의 없을 것 같다(중국과 북한은 빼고) 이러한 것들이 우리끼리의 한풀이에 약간 일조(一助)할진 모르겠으나 국익 차원에서는 결코 득책이 될 순 없다.

위안부 문제는 가해자는 물론이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관점에 따라 거북해질 수 있는 낮 뜨거운 문제일 수도 있다. 개인의 예를 든다면 우리의 할머니가 옆집 할아버지에게 당한 성폭행 사건이다. 피해자인 할머니의 자손들이 가해자인 할아버지 자손들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으니 사과와 배상을 해라'라고 요구했고, 할아버지 손자들이 마지못해 그 요구를 수용했다. 그런데 할머니 손자들이 사과 내용이 성의가 없고, 돈의 액수도 미흡하다며 이의를 제기하며 항의한다. 제삼자인 이웃들이 할머니 손자들의 편을 들어줄까?

피해자라고 해서 일방적인 요구를 끓임 없이 하면 그 끝은 부작용이 필연적이다. 주변으로부터 좋은 소리도 못 듣거니와 피해자로부터도 "OOO.. 지금까지 주변 보기 창피해서 참았는데 좋아 이판사판이다 한 번 해보자."라고 역공할 수도 있다. 국가 간의 문제도 개인 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힘이 강한 가해자가 힘으로 몰아붙이면 힘이 약한 피해자는 꼬리를 내리거나 으더터질 수밖에 없다. 부산의 소녀상을 놓고 보인 일본 정부의 반응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굴확구신(屈蠖求伸)이란 말의 지혜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 屈蠖求伸: 자벌레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몸을 구부리는 행위.

1854년 미국 페리 제독에 의해 개방된 일본은 90년 만에 역시 미국에 의해 폭삭 망한다. 1945년 이번엔 맥아더의 통치를 시작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일본은 미국에 납작 엎드려 힘을 키웠다. 일본판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에서 힘을 키운다- 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좌일본우영국(左日本右英國)-아시아는 일본, 유럽은 영국-처럼 일본을 미국의 '아시아 지사장'으로 맡길 정도로 신뢰하는 것 같다. 이제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 바꾸어 말하면 일가미위(日假美威)가 시작된 것 같다.

소녀상은 우리 국민 모두의 뜻이 반영된 것은 결코 아니다. 위안부를 거론하고 반일을 부르짖으므로써 어떤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단체의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게 분명하다. 국익과는 무관한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선동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순수하지 못한 '사제 반일(私製 反日)'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반일은 애국이고, 친일은 매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도 '국익적(國益的) 친일'로 대체되어야 한다.


'국익적 친일'은 일본을 철저하게 경계하는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매국적 친일'과는 궤(軌)가 다르다. 소녀상은 일본을 조롱하고 자극하는 것 이외에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위에서 밝혔지만 일본은 우리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일본이 미국에 납작 엎드려 힘을 키운 것처럼 우리도 일본을 완전하게 누를 수 있는 힘을 키울 때까지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와 와신상담(臥薪嘗膽)이 소녀상보다 더 필요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위안부, 소녀상.. 낮뜨거운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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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김혜심(db****) 2017.01.12 01:08:51 | 공감 0
이 글은 논지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누구도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이 옳다고 말할 수 있다. 그걸 부정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조금 다른 시각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1. 소녀상 설치를 찬성하면 좌파이고 종북인가? 2. 일본이 엎드린 이유는 그 당시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3. 세계는 글로벌주의에서 벗어나 자국보호주의로 방향을 틀고있다. 일본은 사사건건 길목에서 우리 발목을 잡곤했다. 그들은 아직 신사참배를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신사참배는 무슨 뜻에서 할까? 소녀상이나 위안부를 말하기 전에 어디 누가 한 번 신사참배에 대해 말해보기를 바란다. 克日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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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규(ss****) 2017.01.12 04:40:09 | 공감 0
좋은 글 입니다.
무엇 보다 위에 댓글 단 김혜심씨의
1. 소녀상 설치를 찬성하면 좌파이고 종북인가?(거의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2. 그래서 글 제목이 도광양회라거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큰 소리 칠 때까지 그리..
3.일본이 우리 발목을 잠은 걸 예를 들어 보시오.

우리 엽전들의 엉뚱 자존심과 자격지심이 그런 생각을 하게 한 것입니다.
극일은 말로 단어로 하는 게 아닙니다. 김혜심씨 말대로 극일을 제대로 하려면
우리가 일본을 좀 더 알고 좀 더 배워야 합니다. 일본 꺼라면 무조건 배타 하려는 그런 옹졸한 마음부터 없애야 합니다. 소녀상 신사참배 위안부를 해해연연 거론하는 따위는 우리 스스로를 격하 시키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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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노(rho****) 2017.01.12 09:47:34 | 공감 0
오선배님 안녕하시지요? 조블에서 함께 했던 '필코더'입니다.
이곳에서도 자주 뵙고 있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바라며, 박력있고 시원한 글 기대합니다.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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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규(ss****) 2017.01.12 11:37:45 | 공감 0
음~! 해박한 근대사의 풀이와 논리가 정연한 유려한 글이 너무 좋기에...
'필코드'님이셨군요. ㅎㅎㅎ... 몰라 뵈었습니다.
인터넷을 알고 이런 곳에 드나들며 본명만 고집하고 지내왔기에
가끔은 깜짝 깜짝 놀랍니다. 아하~! 그 분이 그 분이었구나..하는
정말 반갑습니다. 앞으로 보다 좋은 글 걸기대해도 되 겠습니다.
늦은 인사 복 많이 받으시고 지으십시오. 자주 뵙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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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우(kh****) 2017.01.13 16:56:27 | 공감 0
95점 글이라고 생각되어 '찬성'을 눌렀습니다. 다만 일본과 일본인에 대하여서도 물론 배울 점이 있기는 하지만, 변할 수 없는 고유 민족적 기질에서 우리 민족과는 섞일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고 봅니다. 다른 것은 다른 것입니다. 다만 그렇기에 매일 다투고 싸워서는 얻을 것도 유익될 것도 없기에 거국적이면서도 냉철한 판단을 가지고 지혜롭게 대처하여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 맞습니다. 비극이고 분하기는 하지만 일국의 외교사절 집 문앞에 한 맺힌 말뚝을 박아 놓는 한풀이식으로는 아닙니다. 일본에 대하여 계속 묻고 따지기 보다는 어설픈 '불가역적 합의서'에 생각없이 도장을 찍은 정부를 먼저 비판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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